오래된 미래, 메져 그라인더의 내일.

오래된 미래, 메져 그라인더의 내일.

바리스타들에게 가장 익숙할 그 이름, 메져 Mazzer 의 새로운 모델이 정식 공개되었다.

주관 : 메져코리아 [웹사이트 바로가기]
Speaker : 루카 마카트로조 Luca Macatrozzo (Chief Marketing Officer of MAZZER)
글/사진 : 조영준 (prism coffee works)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그라인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의 ‘메져 Mazzer’ 다. 한 때 시대를 휩쓸었던 빅 코니컬 그라인더인 ‘로버 Robur’ 와 아직까지도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플랫 그라인더 ‘슈퍼 졸리’ 와 같이 엔트리부터 하이엔드에 이르기 까지 대조를 이루는 제품군들을 갖추고 있는 이탈리아의 빅 브랜드.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다양한 신 기술을 탑재한 경쟁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 과연 메져는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까.

메져의 어제와 오늘

1957년의 메져 공장  ⓒMazzer Luigi Spa

메져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이탈리아 군대를 위한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종전 후 1948년, 루이지 메저 Luigi Mazzer 가  베니스에서 커피 그라인더 회사로 창업을 하게 되는데, 올 해가 정확히 그로부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성장을 거듭한 메져는 현재 약 백만 대가 넘는 그라인더를 판매하는 밀리언 셀러로 등극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유일하게 날부터 동체까지,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수직 통합형 그라인더 제조사로 성장했다.

“메져는 네 가지 키워드; 역사, 혁신, 윤리, 이탈리아 제를 핵심으로 삼고 있죠. 창업 이래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윤리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루카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메져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그 동안 다른 회사 대비 신제품이 많이 발표되지 않았던 메져의 모습을 생각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R&D에 대한 투자도 총 매출의 12%를 투자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생산성 및 제품의 퀄리티에 있어 지속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메져 공장의 태양광 패널  ⓒMazzer Luigi Spa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입니다. 사람과 환경, 양쪽에 모두 윤리적인 생산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루카의 말과 함께 바뀐 화면에는 ‘녹색 혁명’ 이라는 타이틀이 새겨져 있었다. 메져의 공장에서는 현재 대체 에너지인 태양열 발전을 이용해 전체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양을 생산하고 있고, 생산 중 발생되는 약 120t의 금속은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처리하며, 폐기물의 발생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생산 라인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산업재해율을 큰 폭으로 줄이고, 부품을 공장이 위치한 지역 위주로 수급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여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버 S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솔직해지자. 로버 S를 처음 보았을 때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더 멋진 전자 패널을 달았을 뿐인 로버 일렉트로닉(자동 모델) 처럼 보였으니까. 게다가 오리지널 로버는 2000년에 출시된,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 모델이다! 메져는 대체 경쟁자들과 이 것으로 어떻게 대적할 생각일까?

메져 로버 일렉트로닉을 사용하는 빈브라더스 ⓒprism coffee works

하지만, 루카는 로버 S를 이렇게 이야기 했다. “이름을 빼고,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라고. 과연 어떤 것이 바뀌었고, 어떤 것이 그대로일지 알아보자.

Feature 1. 잔량 감소

로버 시리즈는 1초에 약 6g(50Hz의 경우 5g) 정도의 빠른 분쇄속도를 가진, 바쁘게 운영되는 커피샵을 위해 개발된 코니컬 그라인더이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분쇄되는 만큼, 챔버 내에 축적되는 양이 많아 원두 또는 그라인더 세팅을 교체할 때에는 약 50g 정도(바스켓을 세 번 정도 채울 정도)를 버려야 했는데, 이번 로버 S에서는 이런 불편이 많아 줄어들었다.

챔버의 크기와 각도를 조정함으로써 커피 파우더는 더욱 잘 빠져나가도록 하고, 내부에 쌓이는 양은 52% 정도가 줄어든 것이다. 약 25g 정도로  잔량이 줄어 교체 작업 시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용 패턴으로 미루어 보면 만일 잠시 그라인딩을 쉰 뒤 다시 추출할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한 샷 정도 분량의 커피만 버리더라도 충분히 신선한 상태의 커피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Feature 2. 냉각 기능 강화

기존의 로버도 냉각 기능은 훌륭했다. 71mm의 대형 코니컬 버와 강력한 모터 토크로 인해 일반 플랫 그라인더의 절반 정도인 500RPM(50Hz에서는 420RPM) 정도로 발열을 줄이고, 큰 팬으로 열기를 외부로 방출해 주었다.

로버 S는 이런 기능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해, 듀얼 팬 쿨링 시스템을 채택함과 함께 날이 장착된 헤드와 모터 구동부가 포함된 바디를 분리해 본체를 제작했다. 이러한 분리를 통해 헤드 부분에서 발생하는 열이 더욱 쉽게 발산되도록 해 냉각 효율을 높임으로써 커피의 맛과 향이 열로 인해 손실될 수 있는 여지를 줄였다.

Feature 3. 컨트롤 기능 강화

사실 로버 S에서 가장 강화된 기능이라면 개선된 컨트롤 패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심플하게 구성되었던 일렉트로닉 버전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 기능을 추가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 가지의 그라인딩 타임 프리셋이다. 이전 일렉트로닉에서는 1컵, 2컵, 프리 그라인딩으로 나누어져 있던 것이 한 단계가 추가되어 총 세 가지의 프리셋을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현재 그라인딩 한 횟수를 보여주어 날 교체 및 정비 주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메인터넌스 면으로 보았을 때 좋은 변화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은 Play & Pause 기능인데, 일반적으로 로버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코니컬 그라인더의 특성 상 중간에 한 번 태핑(바스켓 내 원두가 담긴 포타필터를 쳐 안정화 하는 것) 을 한 후 잔여 양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을 시스템 상으로 가능하게 구현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2.8초를 분쇄할 때 70% 정도만 먼저 받고(Pause) 정리 후 다시 버튼을 눌러 나머지를 받는(Play) 식이다.

이러한 주요 기능 개선 외에도 스윙식 컨트롤 패널(더 이상 전선으로 덜렁거리는 패널을 보지 않아도 된다.), 분쇄 눈금 기준점 재설정, 나사 네 개만 풀면 바로 날을 청소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그라인딩 챔버 등 메인터넌스 면에서 이전보다 편리하게 바뀌었다.

향후에는 IOT 연결을 통해 매장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사용 통계 및 서비스 주기를 확인하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ZM Filter : New Hope

로버 S 소개가 끝난 후, 루카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도전을 시작했거든요.” 바로 브루잉용 그라인더인 ZM Filter 였다.  

그 동안 메져에서 발매된 드립 그라인더라고 하면 그다지 긍정적인 인상은 없었다. 보급형인 슈퍼 졸리에서 하이엔드인 로버, 로얄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나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로서 이미지를 굳혀왔기 때문이고, 그 동안 출시되었던 드립용 그라인더(슈퍼졸리 기반의 DR 등) 는 시장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했기 때문이다.

루카는 그런 평가를 인식하듯 “우리도 필터 그라인더 개발에는 노하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제로부터 시작해, 실제 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를 철저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했죠. SCA에 의뢰해 브루잉 클래스를 수강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 탄생한 새로운 ZM. 기존의 그라인더와 어떤 점이 다를까?

Feature 1. 디지털 날 간격 조정

메져 ZM Filter ⓒprism coffee works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운 기능이다. 기존의 그라인더들이 눈금으로 표시하며 다이얼을 돌려 분쇄도를 결정하던 것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날 사이의 간격을 마이크론 단위로 화면에 표시해 준다. 날 간격은 디지털로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ZM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트루 제로 캘리브레이션 True zero calibration 기능이 바로 열쇠다.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실행하면 앞 날과 뒷 날은 서로 닿을 순간까지 자동으로 근접하며, 또 최대 거리로 벌어진다. 그 사이의 간격을 미세하게 마이크론 단위로 나누어 화면에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내가 사용하던 그라인더의 분쇄도(날 간격)을 다른 그라인더에서도 거의 오차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 여러 매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 볼 수 있겠다.

Feature 2. 그라인더 세팅

일반적으로 필터 그라인더들은 한 번 사용할 양을 별도로 계량해서 분쇄하기에 On/Off 정도의 기능만 있는 것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ZM의 경우, 마치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를 사용하듯 프리셋을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

세팅은 날 간격, 그리고 분쇄 시간으로 설정이 가능하며 최대 20개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드립용 케냐를 분쇄하다가 싱글 에스프레소용 과테말라 분쇄도로 즉각 교체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원두별, 메뉴별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능이다.

Feature 3. 그라인더 버

이번 ZM은 83mm 플랫 버를 기반으로, 세 가지 커팅의 버를 장착할 수 있다. 그 중 필터 버는 두 가지로, 넓은 스펙트럼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스탠다드 브루잉 버(151F), 좀 더 깔끔한 느낌을 표현하는 옵션 브루잉 버(151G), 그리고 에스프레소용 버(151B)까지 준비되어 있다. 메져 코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용 버를 기본 장착하고 판매된다.

또한, 이 외에도 디스플레이 창을 돌리고 고정 나사 3개만 풀면 그라인딩 챔버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 청소, 날 교체 등의 메인터넌스 작업이 편리해 진 것도 큰 장점이다.

메져 로버S와 ZM Filter ⓒprism coffee works

오래된 미래, 메져 그라인더의 내일

오래된 미래. 오늘날의 메저를 표현하기에 제법 어울리는 말이다. 그들의 이번 결과물들은 과거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편의성을 강화하거나,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으로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으며, 앞으로도 100% 새로운 신제품보다는 이러한 개선 방식을 여타 그라인더에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오래된 그라인더 회사 중 하나인 메져, 전 세계에서 다양한 메커니즘의 그라인더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앞으로 어떤 미래상을 보여줄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Youngjun Cho
yjcho@prism.coffee

저는 prism coffee works의 창업자로 한국에서 전문 바리스타 대상의 이벤트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커피 시장은 물론, 콜롬비아 등의 산지를 방문하며 커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쌓았습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커피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고자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