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 중에서도 블랙 커피는 그 무엇보다도 심플한 음식이다. 커피에 관련된 일련의 과정은 결국 '커피 원두를 물로 우려낸다' 로 수렴된다. 그 과정에서 로스팅이나 그라인딩, 추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질감과 풍미의 조작이 가능하다. 이토록 많은 요소들을 쌓아 올려 한 잔의 커피가 되는데, 각각의 요소에서 약간씩만 모자라더라도 모이면 눈에 띄는 결함으로 나타나니 매우 까다로운 음식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재료, '커피와 물'이다. 특히, 최근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선 좋은 커피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기에 고민이 더 깊어진다. 이번에는 커피와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 물에 대해 알아보자.커피와 물 일반적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브루잉 커피는 대략 1~2% 정도의 고형분이 함유되어 있다.(에스프레소는 약 9~12% 내외) 여기에서 말하는 고형분이란 물에 녹아 나온 커피 성분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한 잔의 커피에서 약 90% 이상이 물이라는 이야기다.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인 맥스웰 콜로나 대쉬우드가 작성에 참여한 논문 「커피 추출에 있어서 양이온의 역할 The Role of Dissolved Cations in Coffee Extraction」에서는 커피 맛을 결정하는 다양한 변수 중 물의 미네랄 구성을 큰 요소 중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면 커피에 사용될 물은 어때야 할까?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무향/무색/무취일 것 중성일 것(pH 7.0 정도) * 7보다 낮으면 산성, 7보다 높으면 알칼리성 적절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을 것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는 이러한 기준을 좀 더 구체화 시켜 2009년에 수질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을 지역과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SCAA Water Standard경수와 연수라는 구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물에 미네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가' 로 나눌 수 있는데,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쪽을 경수, 그리고 미네랄이 적은 쪽을 연수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 물로 커피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 미네랄의 수치(경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인상을 보인다.경수 물의 상태 : 이미 각종 미네랄로 포화된 상태. 커피와 만났을 때 : 커피가 과소 추출되어 향미가 가볍고 약해지기 쉽다.연수 물의 상태 : 미네랄이 많이 부족한 상태. 커피와 만났을 때 : 과다추출이 일어나는 탓에 좋지 않은 맛을 내는 성분까지 함께 용출되어 커피맛이쓰거나 시어지기 쉽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네랄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고, 너무 적어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한 법이다.그렇다면 이러한 미네랄과 커피의 어떤 성분이 반응하는 것일까? 커피에서 풍미를 유발하는 화합물은 아래와 같이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화합물이 물 안에 들어있는 미네랄과 반응하여 다양한 맛과 향을 발현하는 것이다.* Source : Christopher H. Hendon; Lesley Colonna-Dashwood; Maxwell Colonna-Dashwood, The Role of Dissolved Cations in Coffee Extraction. 2014커피와 양이온물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다. 주로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네랄의 상당수는-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등- 양이온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은 다른 미네랄 대비 커피 맛에 주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칼슘 칼슘은 커피 안의 향 Aroma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지만, 중탄산염과 반응하여 에스프레소 머신을 망가트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Source : Water for coffee(2015), Maxwell Colona Dashwood Image courtesy of Peter Grosvenor-Attridge마그네슘 물에 함유된 양은 적지만 칼슘과 같이 중탄산염과 반응하여 에스프레소 머신을 망가트리는 주범이다. 마그네슘은 커피 안의 향 분자를 가리고 거의 모든 커피 구성성분을 뽑아내어 맛Taste 에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Source : Water for coffee(2015), Maxwell Colona Dashwood Image courtesy of Peter Grosvenor-Attridge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미네랄은 이와 같이 풍미의 매개체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있다면 기기와 맛에도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네랄이 과하게 함유되어 있을 때 아래와 같은 영향이 나타난다.탄산경도가 높을 때 석회질. 일반적으로 매우 단단한 축적물이며, 커피맛의 밋밋함과 안정되지 않고 쉽게 풀어지는 크레마를 생성함 영구경도가 높을 때 석고질, 백악질 또는 진흙같은 침전물이 발생하며 커피의 쓴 맛이 강해진다. 비경도가 높을 때 주로 황산나트륨과 염화물이 높을 때이며, 기기의 부식과 커피의 짠 맛Saltiness이 증가된다.이와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내 환경에 맞게 대처하자. 맛있는 커피를 위해 비싼 장비에 투자하는 금액을 어느 정도 절약하면서도 커피 맛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정리하며위 내용을 세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커피 추출에 있어 물은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나의 현재 물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히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를 추출함에 있어서는 물 속 미네랄의 양과 종류, 밸런스가 중요하다.대신, 모든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마법의 지팡이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필터 하나를 바꾼다고 해서 내 커피 맛이 혁신적으로 변하지 않으며, 전제된 모든 디테일이 적절히 구현되어야 높은 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렇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좋은 커피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References1) Maxwell Colona Dashwood; Christopher H.Hendon, Water for coffee. 2015 2) Christopher H. Hendon; Lesley Colonna-Dashwood; Maxwell Colonna-Dashwood, The Role of Dissolved Cations in Coffee Extraction. 2014 3) Anette Moldvaer, Coffee Obsession. 2014 4) SCAA Standard | Water for Brewing Specialty Coffee.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