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 왜 시작하려고 하는가?내 경우에는 커피를 접하게 되고서 처음에는 '맛있는 커피를 먹어 보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이 맛을 잘 추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다음에는 내가 원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로스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로스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다시 한 번 묻지만, 왜 로스팅을 시작하려고 하는가?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구분이 되었다. 하나는 내가 추구하는 맛을 온전히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다른 하나는 받아서 사용하는 원두의 가격보다 생두의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 생각해 로스팅을 시작하는 경우.여기에 맹점이 있다. 카페의 주인은 바쁘다. 특히 오너 바리스타라면, 바리스타의 업무만이 전부가 아닌 세금, 민원, 홍보, 구인....등 여기에 로스팅이라는 역할이 또 하나 추가되는 것이다.생두의 선택 및 사입, 보관, 싱글, 블렌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블렌딩을 볶을 때는 먼저 섞고 볶을지, 각각 볶은 후 섞을지, 어떻게 볶을지, 보관, 포장 등과 같은 많은 부분에 대한 생각이 불가피하다.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 가면서 개개인이 좋아하는 커피가 다양해 지고 있고, 그리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정보도 더욱 늘어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팅을 직접 하기로 결심한 분들은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한다. 이에 커피볶는곰을 운영하면서 로스팅을 해 왔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로스팅을 하기전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어떤 커피를 구매할 지 결정해야 하는데, 커피볶는곰에서 사용하는 생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고 있다. 표면이 단단하고 밀도가 낮지 않은 커피 단맛과 산미가 적절히 존재하며, 부드러운 바디에 밸런스가 좋은 커피 식어도 밍밍해지지 않고 지속력이 좋은 커피생두를 선택하고 나면 이제 그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커피 생두도 농산물인지라 보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로스팅 시 반응과 상미기한(맛이 보존되는 기간. 유통기한과는 다른 개념임.)이 달라진다. 로스터들은 '열을 먹는 느낌이 다르다' 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구매 시에는 소모 계획을 예상하고 생두를 구입하지만 예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사용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소진이 더뎌져 보관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신선한 뉴크롭을 구하기 어려운 1월~4월-소위 말하는 춘궁기-에는 더 그렇다.그럼 커피볶는곰에서 하고 있는 로스팅 준비과정을 예제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알아보자. 1. 수분량(함수율) 측정수분량은 동일한 생두를 2~3회 정도 반복 측정하여 평균값을 내어 본다. 구매 시와 보관 시 10~12%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환경에 따라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면 생두의 신선도에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량이 9% 이하로 떨어지거나, 12% 이상으로 올라간 생두가 있다면 빠르게 소진을 하는 것이 좋다. 2. 수분 활성도 측정수분량이 생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선함을 알려주는 척도라면 수분활성도는 상미기한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분량과 마찬가지로 기준치보다 너무 낮거나 높은 콩을 우선하여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구입시 0.52~0.58Aw 정도의 안정된 수분활성도를 가지고 있는 재료인지 체크를 하고 구입하고, 이후 보관시 0.5Aw 미만이나 0.6Aw를 초과할 경우 우선 사용 순위로 놓는다. 수분활성도란? 수분활성도(Aw : Water Activity)는 물질의 물리적, 화학적, 미생물학적 성질, 즉 물질의 유동성, 응집성, 점착력과 정전기 현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수분을 흡수하는 물질에 대한 수분의 평형상태라 함은 포장용기 내에서 공기와 물질 간의 수분이 평형을 이루었을 때를 뜻하며 이 때 “포장 용기 내의” 공기 중의 상대습도를 수분활성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분량' 이라 말하는 함수율과의 차이는 아래와 같다. 너무 낮거나 높으면 어떻게 될까? 3. 밀도 측정일반적으로 밀도를 측정하려면 Sinar 등의 전용 측정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쪽이 정확하지만, 일반 사이즈의 생두는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매스 실린더 로 부피를 재어 약식으로 밀도의 높고 낮음을 가늠할 수 있다. 300g의 생두를 실린더에 넣어 425ml를 기준으로 450ml 이상으로 올라가면 조직의 밀도가 낮은 것으로, 400ml 이하는 조밀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파카마라나 마라고지페, 모카 종 등 특이한 모양/사이즈를 가진 생두는 별도의 기기로 측정하는 것이 맞다.위 내용을 보면서 '굳이 저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커피볶는곰에서 위와 같은 사항을 점검한 후 로스팅에 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첫 번째는, 일정한 로스팅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이고,두 번째는, 재료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상황에 맞는 프로파일 설계의 기준을 만들기 위함이다.우리나라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때마다 외부 환경이 달라지고, 대기압, 기온 등 열과 풍이 사용되는 로스팅에는 큰 변수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많이 변화한다. 이 시기엔 원래 그래요, 라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선 작은 하나 하나의 변수에 대한 통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조금만 고민하면 로스팅 후 커핑시 스스로 환해 지는 본인의 모습에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하며 연기가 나오는 로스팅을 하며 고생하는 자신에게 발전이라는 기쁨의 선물을 주자.